빗소리가 리듬이 되는 저녁

2026.04.10

빗소리가 리듬이 되는 저녁

비가 오는 날의 러닝은 선명한 속도보다 촉감에 가까운 기록을 남깁니다. 젖은 공기, 어둡게 내려앉은 구름, 고요하게 비어 있는 트랙이 몸의 감각을 더 예민하게 만듭니다.

이럴 때 필요한 건 강한 플레이리스트보다 현재의 속도를 해치지 않는 리듬입니다. 음악은 전면으로 나오기보다 빗소리와 겹쳐져야 하고, 발걸음은 BPM을 따라가기보다 호흡을 따라가야 합니다.

비 오는 날 들었던 곡은 이상하게도 한 장면과 함께 오래 남습니다. 신발 밑창이 미끄럽지 않게 닿던 감각, 젖은 가로등의 반사, 셔츠 끝이 무겁게 흔들리던 순간까지 함께 저장됩니다.